*사카타 긴토키 X 히가시요츠야나기 단 드림
갑작스레 찾아온 무더위에 길가의 키 작은 풀들까지 힘없이 늘어진 날이었다. 오후 6시, 낮이 길어진 탓에 아직도 사위는 밝았지만 일렁이는 햇살이 무색하게도 소녀의 어깨는 힘이 쏙 빠진 채 아래를 향해있었다. 특별할 것은 없는 날에, 역시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어딘가 엉켜버린 걸까? 늘 가게 앞의 골목을 어슬렁대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려다가 손등을 긁힌 아침부터 갖가지 소란이 그녀의 뒤를 종일 따라다녔다.
“아... 정말, 오늘따라 왜 이런 거야.”
공원으로 들어선 단이는 상처가 남은 손등을 다른 손으로 스윽 문지르며 나무 그늘이 드리운 벤치로 걸어갔다. 낡아서 삐걱거리는 벤치에 쓰러지듯 주저앉은 그녀는 긴 한숨을 토해내며 두 손을 펼쳐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피곤하다. 어디론가 잠시 사라져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 가슴에서 스르륵 퍼져나갔다.
어설프게 어두워진 시야가 가져다준 평안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단이는 다시 고개를 들고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지친 눈에는 그들의 소소한 행복마저 영 달갑지 않아서 그녀는 다시 눈을 내리감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못된 마음은 다 사라져라. 주문 같은 말을 웅얼거려도 기분은 썩 나아지지 않았다. 단이는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었다.
길고 긴 낮이 저물면서 드디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오토세는 자꾸만 시계와 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 보였던 단이가 잠시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나가선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탓이었다. 작고 여린 소녀 혼자 거닐기에, 에도의 밤은 너무 위험했다.
바에 앉아서 뜨끈하게 데운 사케를 마시던 긴토키는 묵묵히 오토세의 걱정 어린 말을 듣고 있었다. 힐끔 눈을 들어 밖을 보니, 이미 가로등이 켜진 골목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마저 위험하다는 말이 허풍이 아니라고 할 만큼 으슥하고 쌀쌀맞아 보였다. 아아, 정말. 만나면 당고 열 개쯤 받아먹을 테다. 느긋하게 중얼거리며 술잔을 내려놓은 긴토키는 스낵바의 미닫이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긴토키는 그다지 망설이지 않고 공원으로 발길을 굳혔다. 행동반경이 크지 않은 단이가 갈 만한 곳은 몇 군데 없기도 했고, 진선조나 요시와라에 있었다면 필시 연락이 왔을 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니 어디선가 혼자 웅크리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어이어이, 아가씨? 긴 상은 보디가드로 고용된 기억이 없습니다만? 찾으러 올 때까지 꼼짝도 안 하고 뭐하는 거야.”
가로등 불빛 아래, 울듯한 얼굴로 앉아있던 단이가 고개를 들어 조금 따분한 듯한, 그러면서도 걱정이 담긴 긴토키의 눈빛을 마주하곤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긴토키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숨을 쉬며 그녀의 옆자리에 슬쩍 걸터앉았다.
“이리 와봐.”
팔을 뻗은 긴토키는 선뜻 안기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단이의 어깨를 감싸 품에 폭 안아주었다. 그리곤 커다란 손으로 작고 여린 등을 가만히 다독여주며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대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보냐."
"바보 아니거든...“
긴토키의 옷자락을 꼭 쥔 단이가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웅얼거렸다. 긴토키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한 번 더 꼬옥 안아주었다. 바보 맞잖냐, 기댈 줄도 모르는 아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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